유영만 작가
10대는 대책 없이 방황했다 -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가정 형편으로 공고에 입학했다. 용접 실습을 하며 회색빛 청춘을 보냈다. 누군가의 심장을 두드리는 꿈도 하루를 살기에 버거운 나에게는 부드러운 사치에 불과했다.
20대는 들이대고 저질렀다 - 평택 발전소에 근무하면서 방황을 거듭하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우연히 고시 체험생 수기집을 읽고 우여곡절 끝에 한양대학교 교육공학과에 입학했다. 공부하는 재미에 뒤늦게 빠졌다.
30대는 원 없이 공부했다 - 스승님 덕분에 미국 유학길에 올라 낮에는 공부하고 밤에는 생활비를 버는 주독야경 생활을 했다. 유학 후 삼성인력개발원 현장 경험 덕분에 책상 지식이 무력한 관념의 파편의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철부지심 끝에 모교의 교수가 되었다.
40대는 죽다가 살아났다 - 모교에서 열심히 연구하던 2007년 아찔한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덕분에 시를 읽고 곡선의 은유로 사유 체계를 재건축하는 40대 후반을 살았다.
50대는 도전하며 살았다 - 사하라 사막 마라톤 뛰다 3일째 탈진 상태로 레이스를 포기했다. 덕분에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를 절대로 쓰지 말라는 명언을 남겼다. 킬리만자로 정상 등정과 자전거 국토 완주를 달성하며 야성으로 타성을 뒤흔들었다.
60대에는 행복한 이기주의로 살고 싶다. 걸어가는 족적마다 다 음악이며 달빛에 그을린 서글픔도 그림이 되는 아슬아슬한 기적을 쓰고 싶다. 언제나 신인의 자세로 애쓰며 상상력의 텃밭에서 비상하는 글을 쓸 것이다.
절반의 철학이 추구하는 5가지 철학적 가정
1. 절반의 철학은 위반이다.
이전과 다른 패러다임으로 삶의 철학과 방향을 재점검하고 재정립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외형적 성장을 추구했던 삶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내면적 성숙을 지향하는 삶, 채움보다 버림의 삶, 불필요한 일을 절반으로 줄이는 삶, 복잡한 관계를 단순한 관계로 정리하는 삶이 필요하다.
2. 절반의 철학은 기반이다.
절반의 철학은 지금까지의 삶을 위반하고 그 위에 새로운 삶의 정초를 구축하려는 절박한 움직임이다. 마치 니체가 기존 철학적 전통과 지향점을 깨수부고 그 위에 새로운 철학적 전통을 건축하려는 즉 전복의 철학을 정립하려는 안간힘과 동일한 맥락이다. 기반은 진통 속에서 전통으로 발전한다.
3. 절반의 철학은 동반이다.
신영복은 저서 처음에서 절반의 비탄은 절반의 환희와 같고 절반의 패배는 절반의 승리와 다름 업다고 했다. 비탄과 환희, 패배와 승리는 서로반대되는 말이지만 우리가 스스로를 어떻게 절제하느냐에 따라 이 단어들은 서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이 절반의 철학은 절반과 절반의 경계에서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사유하는 철학이다.
4. 절반의 철학은 등반이다
등반에는 등정주의와 등로주의가 있다. 등정주의는 남들이 닦아놓은 익숙한 길보다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확실한 직선 루트를 따라 효율적인 방법으로 정상등정을 노린다. 이에 반해 등로주의는 빠른 길보다 분투와 노고 속에서 발견의 기쁨을 즐기고 모험과 도전 속에서 성취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길을 선택한다. 절반의 철학은 속도전을 통해 주어진 목표를 빠르게 달성하려는 효율 중심의 삶을 권하지 않는다. 내가 목표를 얼마나 많이 달성했느냐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출발점으로부터 얼마나 멀리까지 진전되었는지를 따져보며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정진의 정도가 중요하다.
5. 절반의 철학은 열반이다
열반은 모든 번뇌의 얽매임에서 벗어나고 진리를 깨달아 불생불멸의 법을 체득한 불교 수행의 궁극적 경지를 지칭한다. 보통 사람이 열반의 경지에 이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열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우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가치 판단 기준이나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참자아를 만나려고 노력하면 나다움을 발견하고 행복한 삶의 원천과 비결이 무엇인지 깨닫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프롤로그
책상머리 철학이 아닌 풍부한 경험과 공부가 결합한 인생철학 설계서이다.
이 책은 인생의 2분의 1을 지나는 오십 전후의 시기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넘어 전반전을 달려온 사람에게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탐색과 사색의 문으로 안내하는 처방전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오십은 꼭 50세라는 나이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생의 절반 정도 살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절반으로 줄여야 할 습관과 두 배로 늘려야 할 습관 50개를 제시한다. 내가 어디가 취약한지 파악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처방전을 책에 가득 마련했다. 인생 전반전에 만나지 못했던 진정한 나를 만나고 내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