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여덟 살 때부터 단편 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나 법학을 전공하고 고등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글을 발표해 오다가 1991년 개미를 출간해서 전 세계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으며 프랑스 천재 작가로 부상했다. 이후 영계 탐사단을 소재로 한 타나토노트,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 제2의 지구를 찾아 떠난 인류의 모험 파피용, 고양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 고양이,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단편집 나무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그의 작품은 35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전 세계에서 3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꿀벌의 예언은 꿀벌이 사라진 30년 뒤의 세상을 엿보고 이를 막기 위해 시간을 여행하는 주인공 르네의 모험을 그린다. 기억에서 퇴행 최면을 통해 과거를 오갔던 르네가 이번에는 선행 최면을 시도해서 미래를 다녀오는 데 성공한다. 그렇게 보게 된 미래는 한겨울임에도 43도가 넘는 이상 기후에 극심한 식량난,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까지 끔찍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에 문재를 해결할 실마리가 담겨 있다고 말하는데 과연 르네는 예언서를 찾아 인류의 멸절을 막을 수 있을까?
평가
전작 기억에서 르네 톨레다노는 인류 역사를 되짚고 자신의 전생을 만나면서 〈나는 누구인가〉를 탐색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미래로 시선을 돌려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개인의 삶이라는 미시적 관점에서 과거를 살폈던 베르베르가 이제 〈우리〉 즉 〈인류〉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지 역사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미래를 그리며 베르베르는 〈꿀벌〉을 키워드 삼아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꿀벌의 집단 실종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커다란 문제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는 꽃식물이며, 꽃식물 수분의 80퍼센트를 담당하는 곤충은 꿀벌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꿀벌이 전부 사라진 뒤 식량난으로 인해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미래를 보여 준다. 인류를 포함해서 지구에 존재하는 숱한 존재들은 서로의 생사를 가를 만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같은 사실을 무시하는 인류의 선택들이 쌓이고 또 쌓여, 결국 멸절의 위기를 맞이하고 마는 미래도 우리 앞에 하나의 가능성으로 놓여 있음을 소설은 경고한다.
독자들은 최악의 미래를 막으려는 르네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꿀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자연스럽게 얻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멸망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그 힌트는 꿀벌에게서 찾을 수 있다.
책 속으로
르네 33, 자네가 하늘로 뻗어 올라가는 그 미래의 가지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야. 이번 짧은 방문에서 자네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네. 우린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이 얼마 없군.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가야지.
- 1권 24면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가 꽃식물이네. 그리고 이 꽃식물의 80퍼센트가량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이야. 그동안 꿀벌은 서서히 사라지는데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던 거야. 인간이 직접 손으로 하거나 로봇을 이용한 수분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지. 조그만 원인 하나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아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급감했어. 그런 상태에서 기온까지 상승하니 곡물 생산은 더 줄어들었고. 지표면의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물 부족이 심화되다 보니 관개수에 드는 비용이 너무 커져 농민들은 이용을 할 수가 없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메뚜기 떼가 창궐해 농사를 망쳐 버렸어. 식량은 부족한데 인구가 많아지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건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이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은 무자비한 방식으로 진압됐네- 1권 69면
아까 내가 한 지식인 그룹 얘기를 했었지. 그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최근 있었던 모임에서 어떤 책에 관한 얘기를 들었네.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이 있다더군.
책이요? 어떤 책이죠?
내가 기억하는 건 제목뿐이야. 꿀벌의 예언이라는- 1권 72면
두 분은 정신의 힘을 통해 이 두 시공간을, 다시 말해 이 두 개의 원을 이은 거예요...
그녀가 종이를 접었다 폈다 하면서 원 두 개를 붙였다 떼기를 반복한다.
이건 결국 시공간을 접어 구부림으로써 연결하는 거예요 - 1권 244면
밀랍이 시간을 견뎌 냈어. 꿀벌은 9백 년의 시간을 버티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구나…
르네가 벌집을 손전등으로 가까이 비춰 본다.
그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오렌지색 밀랍층을 조심스럽게 떼어 내기 시작한다.
단단하기는 캐러멜 같고 투명하기는 유리 같아.
떼어 낸 밀랍 속을 들여다보니 꿀벌들이 그 안에 갇혀 화석이 돼 있다. 그중 한 마리는 유난히 다른 벌들보다 크고 통통해 보인다 - 1권 29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