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런 소설은 없었다. 에너지에 휩쓸린다. _부커상 심사위원회
2023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 선정. 특별판으로 다시 만나는 한국 장편의 새로운 고전책이다.
“한 번도 이렇게 전개되는 플롯을 읽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는 극찬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다시 한번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천명관 작가의 첫 장편소설 『고래』를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 1993년 12월에 문을 연 뒤 저마다의 개성으로 풍요롭고 다채로운 책들을 소개하며 문학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온 문학동네는 창립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를 맞아 전국의 서점 관계자들로부터 ‘가장 사랑하는 문학동네 도서 3권’을 추천받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책 4종을 새로운 장정으로 내놓는다. 1993년부터 현재까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수많은 책들 가운데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작품에 천명관의 『고래』가 포함된 것은 책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다양한 책을 다뤄온 서점 관계자분들이 직접 추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각 책의 주요 키워드를 감각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한 ‘문학동네 30주년 기념 특별판’ 4종은 오랫동안 문학동네의 책들을 애정해 온 팬들은 물론 이번 기회를 통해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다른 3종의 도서는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천명관 작가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되기도 했으며 영호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돌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었으며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 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이 감히 이 소설을 두고 문학동네소설상 십 년이 낳은 한 장관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 고래의 충격에 대해 소설가 은희경은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소설가 임철우는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긴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 년 동안의 고독 권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막장 가족 서사라 칭하는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을 비롯하여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 가쁘게 그려내는 고래 등을 출간하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언젠가 바닷가에서 물을 뿜는 푸른 고래를 만났을 때
그녀는 죽음을 이긴 영원한 생명의 이미지를 보았던 것이다.”
끊임없이 독자의 기대를 배반하는 매력적인 인물들
파도에 휩쓸린 듯 빠져나올 수 없는 서사의 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천명관의 고래는 지금까지의 소설 문법과 그 궤를 전혀 달리하는 작품으로, ‘노파-금복-춘희’로 이어지는 세 여인의 굴곡지고 파란만장한 삶을 농염한 묘사와 압도적인 서사로 그려내며 단번에 평단과 독자를 사로잡았다. 신화적 상상력, 민담, 사회 괴담, 무협지 등 소설적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어느 순간 이를 훌쩍 뛰어넘는 이야기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한국소설의 외연을 한층 더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간 후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고래가 구축한 방대한 서사와 생동하는 인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그 밀도를 더하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꾼의 입을 빌려 쏟아놓은 무궁무진한 변주가 이 소설의 무너지지 않는 뼈대이자 살이기 때문이다. 금복을 떠올리면 춘희가 딸려오고, 춘희를 떠올리면 노파가 따라 나오는 마술. 후에 고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소설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신화,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능수능란하게 장르를 오가며 이야기 꽁무니에 이야기를 달아둔 천생 소설가 천명관의 스텝은 소설 속 스토리의 변주인 동시에 작은 세계의 확장의 과정이기도 할 터이다.
고래는 단순히 색다른 모양새의 이야기들을 집약해 놓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삶의 문을 쑥 밀고 들어오는 커다란 머리다. 독자는 그 우거진 머리를 헤치고 맛보고 다듬으며 저마다 찾고 싶은 군상을 발견하고 공감할 것이다.